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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의 역사_몽데스완

작성자
레드홀릭스
작성일
2014-03-28 17:58
조회
474
 

내 성의 역사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위를 했다. 그것은 내가 성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기도 전 우연히 발견되었다. 엎드린 자세와 이불 속을 달구던 열기에 의해. 우연히 내 자위 모습을 발견한 엄마는 ‘땀나게’ 하지 말라며 나를 혼냈다. 나는 그게 어떤 명사인줄 알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땀나게’라는 단어를 ‘자위’ 대신 사용했다. 내가 하는 것이 성적인 행위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야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가 혼을 내든 말든, 나는 아주 열심히 ‘땀나게’를 했다. 알다시피, 그게 그랬다.

그 시절 나에게 성이란 비디오 가게에 빼곡히 박혀 있던 성인비디오였다. 엄마가 내가 골라온 만화영화를 계산하는 동안 나는 슬쩍 카운터 옆 성인비디오 코너로 가 비디오 등에 붙어 있는 외설적인 사진을 넋 놓고 구경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 여자들이 왜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야릇했다. 그 빨간 딱지와 살색의 향연이. 그게 금기 된 것이라는 것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커서는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키스 장면 혹은 잠자리를 암시하는 장면이 내가 아는 성의 전부였다. 가족들이 다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도 키스 장면이 나오면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간혹 영화를 보다가 그렇고 그런 장면이 나오면 누군가가 은근슬쩍 채널을 돌렸다. 그때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침묵이 흘렀던 것이 생각난다. 어색하고 또 어색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기절초풍할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 평발인 주제에 달리기를 잘 하던 남자애였다. 그 애는 ‘여자가 남자 자지 빨고, 남자가 여자 보지 빠는 것’에 대해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천진하게 웃어가면서. 나는 어떻게 서로가 서로의 성기를 빨 수 있는 자세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꾸로 포개진 남녀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징그러웠다. 그 미끈하고 물컹하고 유연한 혀와 성기가 비벼지는 것이. 그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사춘기가 다가오면서 남자아이들이 변했다. 걔네들은 추워서 손을 비비는 것만으로도 섹스를 연상시키기 시작했다.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게 들은 ‘빠구리’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위해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우리 집에는 28권짜리 백과사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정자가 어떻게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 난자와 만나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된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야한 것’을 접했다. 나는 그 어떤 순간에도 성욕과 호기심이 넘치는 여자애였다. 야동을 들키는 그 순간에도. 부모님은 인터넷 시간을 제한하고 내가 접속한 모든 사이트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프로그램보다 똑똑했다. 당연히 내가 이해하는 성의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그맘때 쯤에는 오럴섹스가 징그럽지 않았다. 오히려 오럴섹스를 하는 레즈비언이 아니면 흥분하지 않을 정도였다. 분명히 동성애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랬다. 야동 상의 남자는 늘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이제 나는 ‘섹스’나 ‘성기’와 같은 말을 언제 어디서나 개의치 않고 발음 한다. 그리고 스무 살이 끝나가던 11월,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애인 있는 남자와 잤다.

레드홀릭스 글쟁이 @몽데스완
'솔직하고 특별하고 목마르고 행복한 여자애다.
곧 관능적이고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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